[impressions from the 2015 pink factory exhibition] 분홍공장 전시: 과정에서 감상으로

Pink Factory 2015 Residency Exhibition (sketch)

분홍공장 2015 보고전시

This is the Korean version of my impressions from the first Pink Factory (분홍공장) exhibition that took place in the autumn of 2015. This text, as well as many others in Korean and English can be found in the 2015 yearbook of Pink Factory.

이 텍스트는 강원도 홍천 지역문화 공간 ‘분홍공장‘에서 2015년 여름에 진행된 제가 ‘국제 협력관’으로써 참여한 레지던스 프로그램(“경계의 문화, 지역에 길을 물다”)의 보고전시회를 지키면서 적은 생각과 인상을 바탕으로 쓴 것입니다. 2016년1월에 독립출판사 ‘분홍’에서 여러 가지 작품, 현장사진과 다른 글(영어/한국어)과 함께 분홍공장의 2015년 기록으로 나왔는데 다음의 ‘미리보기’를 즐겁게 읽으시기 바랍니다.

과정에서 감상으로

이안 코이츤베악(Jan Creutzenberg) 지음

1. 판 끄엉 (Phan Quang)

분홍공장에서 체류하는 동안 판 끄엉은 마을 농 부들을 촬영하였다. 전시에서는 이 사진들과 함 께 베트남 농촌에 대한 개념, 상상, 실제이미지 의 작품도 선보였다. 자세히 보면 그중 하나인 작품 ‘농기구’는 베트남 농민들의 행위로 삽 그리고 낫 과 괭이를 치켜드는 장면이 연출되어 있고, ‘파라 솔’ 시리즈의 세 사진과 ‘농부 일기’에서는 다큐멘 터리 방식을 따르고 있다.

Phan Quang, Tools

판 끄엉(Phan Quang), 농기구 (Tools), 디지털 프린트, 80×50, 2009.

 

Phan Quang, Umbrella / Life of a Farmer

판 끄엉(Phan Quang), 파라솔 / 농부의 삶(Umbrella / Life of a Farmer) (2점), 디지털 프린트, 135×30, 2010.

그리고 ‘한국 농부’ 시리즈에서는 농민들을 자신의 직장, 즉 농장에서 행복한 아름다운 초상 처럼 기록하고 있다. 행복한 자세를 취하고 미소 를 짓는 농민들은 화려한 색상과 인물 주변의 하얀 천으로 만든 배경 때문에 사진관과 비슷한 분 위기가 제안된다. 사실, 이미지의 흰색 부분만 남 긴다면 농업잡시표지나 자동차 광고, 아니면 미 학적 민속학의 연구프로젝트를 위한 자료도 될 수 있어 보인다. 하지만 전문 (그리고, 비예술) 사 진가로서 일하곤 하는 작가는, 주변 환경을 포함 한 전체 이미지를 함께 보여줌으로 질문하고 있 다. 자신의 직장에서 행복한 농부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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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 끄엉(Phan Quang), 한국 농부(Korean Farmers) (3점), 디지털 프린트, 45×30, 2015.

 

2. 용해숙

처음에는 종잇조각으로 만들어진 공이었다. 바람 때문인지 알 수 없지만, 공은 언덕 아래 덤불로 굴 러내려 간다. 이 공의 서사적 여행을 보여주고 있 는 동영상은, 작가의 멀티미디어 설치의 한 부분 이다. 그 옆벽, 지하 창문 아래 설치된 기울어진 나무판은 아래로 미끄러지듯 돌출되어 있어 공이 내려올 때 발판처럼 보인다. 이는 공이 위쪽에서 아래로 굴러 바닥에 부딛칠 때 생긴 듯 보이는 초 록색 콘크리트 쇠똥 때문에, 길을 벗어난 움직임 이 상상되어 더욱 그렇다. 다시돌아 온 벽면, 공은 젖은 감자같이(wie eine nasse Kartoffel) 길로 들어선 후, 천천히 속도를 내며 문명적인 도시의 여백을 다닌다. 그 바닥엔 흔적을 발굴 중인 비정 형 시멘트 구조가 운동에너지가 다한 공이 멈추 는 벽에 얇은 그림자를 드리워 놓는다. 떠오르는 달이 지시하는 예언된 정지에 의하여, 공의 생활 환(生活環)은 끝난다.

Yong Hae Sook, Lying Grass

용해숙, 눕는 풀, 시멘트, 나무, 물, 비디오–루프 3:16, 가변설치, 2015.

3. 김기수

커다란 손가락이 잔디위에서 손목시계를 집어 올린다. 얼마 동안 여기 숨어 있었을까? 페인 트 얼룩의 시계 표면엔 그림자인지, 부패의 흔 적인지 정확하지 않은 반점이 많다. 이러한 인 상주의적인 표현방법 때문에 시계가 녹슨 것인 지, 색채가 풍부한 것인지가 분명하지 않아서 어 렵다. 시계를 (오랫동안?) 숨겨준 잔디의 풀도 말 라서 약간 퇴색되어 있다. 나는 이 그림(‘유품’)이 세 작품에 포함된 ‘시각적 고고학’에 가까운 시리 즈의 열쇠가 된다고 생각한다. 나머지 풍경화 두 작품(‘개천’, ‘강’)이 가진 완전히 평범하고 멍한 성 격은 나란히 걸려있어서 그런지 더 분명하게 느 껴진다. 작품 속에서 홍천 풍경의 일반성은 물론 환상이다. 그러나 풍경 속의 강을 찾아본다면 실 제 장소를 찾기 어렵지 않다. 하지만 이내 장소의 유일성을 확인하거나 분위기를 만드는, 소위 보편 적인 효과(투박한 낭만주의 같은 것)를 즐기는 대 신 눈에 초점을 잃고 내 마음이 궁금해진다. 논, 물, 산, 구름 사이에 무엇인가 숨겨져 있을까? 물 감의 얼룩들 가운데 어떤 유품들을 발견할 수 있 을까? 지난 세월은 이 그림들의 의연한 분위기와 그 풍경이 연상시키는 퇴적된 장소 사이에 비가 시적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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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수, 유품, 캔버스에 유채, 117×91, 2015.

김기수, 개천, 캔버스에 유채, 65×91, 2015.

김기수, 강, 캔버스에 유채, 90.5×162, 2015.

4. 권동현

Donghyun Gwon, Pagoda작가는 돌 위에 돌을 놓고 그사이에 시멘트와 아 스팔트 조각을 넣어 다양성과 내구성이라는 개념 의 무더기를 구성하였다. 롤링 스톤들이 아이러 니하게도 지하에 머물러있다. 이 무더기는 빽빽 함 덕분에 멀리서 보면 꿰뚫을 수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헐겁게 채워진 젠가 (Jenga) 탑처럼 깨지기 쉬운 것으로 보인다(사실, 전시 중에 한 두 번 느슨한 돌을 빼고 싶은, 하지 만 다 무너질까 봐 걱정한 부모에게 경고를 듣는 아이들을 본 적이 있다). 이 무더기는 몇 개의 조 각으로 구성된 것인가? 그중에 몇 개를 내려놓아 야 무더기는 무더기가 아닌 것으로 될 것인가? 무 더기가 아닌 상태가 되기 전에 넘어질 것인가? 자 원, 인력, 물질가치의 정량에 반하여!

 

권동현, 돌탑 돌, 90x85x150, 2015.

5. 조습

Joseub, Scarecrow작가의 작품은 분홍공장 인근에서 ‘연출된 사 진’이다. 벼농사가 무르익은 논 위에 서서 이상 한 인물의 역할을 맡은 출연자들은 나와 안면 식이 있는 사람들이라서 더욱 부조리한 느낌이 다. 인민군 유니폼을 입고 총과 총알 벨트를 들 고 있는 그들의 회색 긴 머리 가발은 쓸모없는 공포영화(‘유령들 대 좀비들’)에서도 소품으로 사 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작가의 연출 속 인물들 은 죽음에 운명 지어진 군인, 십자가를 지고 있 는 전쟁의 피해자, 아니면 다른 의미에서 그들의 추종자들을 경고하기 위한 권력의 희생자인가? ‘살아 있는 허수아비’에 대한 신화는 오래된 것 이다 (서양문학의 경우는 17세기부터, 너새니얼 호손(Nathaniel Hawthorne) 참조). 그러나 작가 는 인물의 역사적, 지리적인 맥락을 고려한 듯 하다. 분홍공장이 위치한 홍천에는 한국전쟁 격 전지들이 많기 때문이다. 나는 이 허수아비들 을 생각하면 할수록 ‘스케어크로우’(scarecrow, 영어: 허수아비), 말 그대로 ‘겁주는 까마귀’, 즉 겁을 주어 새들을 쫓아내는 것이 아니라 상처가 바람에 의해 마르기 전에 핥으며 애도하는, 죽 은 이들을 먹는 ‘상처의 까마귀’(scar-crow) 같다.Joseub, Scarecrow

조습, 허수아비 (6점), 피그먼트 프린트, 90×60, 2015.

6. 전수현

‘홍천경’은 볼거리가 많다. 오토바이를 타고 드라 이브하는 사람, 골프장에서 휴일을 즐기는 사람, 하늘에서 돌고 있는 고독한 헬리콥터. 그러나 이 런 작은 에피소드 외에 산 사이의 송전탑들을 보면 또 다른 맥락이 다가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 방에서 생산된 전력은 대도시로 전달된다. 반대 로 도시 사람들은 바쁜 생활에서 벋어나 휴식을 위해 강원도에 온다. 작가 표현을 빌려, 그의 ‘달 력 사진’은 초록 언덕과 하늘색 산 사이에서 더 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 이야기는 서로에게 미치는 영향, 경제적 착취, 그리고 낭만적 도피주 의에 관한 것이며 (우리의) 농촌에 대한 상상과 지역 현실 사이의 이분법을 전복시키는 효과로 다가온다. 16세기 네덜란드작가 데 피터르 브뤼헐 (Pieter Bruegel de Oude)이 오늘 강원도에 거 주한다면 이런 작품을 그릴 것이다.Jeon Suhyun, Hongcheon Scenery – Baekyangchi Hill

전수현, 홍천경 – 백양치, 디지털프린트, 230×96, 2015.

7. 유르겐 슈탁 (Juergen Staack)

전시에서 볼 수 있는 유일한 작가의 작품은 엽서,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이십 연간’ 후에 열릴 오프 닝 초대장이다. 제목대로 작가가 분홍공장에서 만든 이 작품은 지속성이 강조된 개념적인 설치 이지만 실제로 매우 구체적이고 현대적인 기념물 이기도 하다. 은과 같이 반짝반짝 빛나는 입방체 의 앞면에 아주 작은 구멍이 있는 커다란 (내가 아는 가장 큰) ‘카메라 옵스큐라’이다. 앞으로 이 십 년 동안 상자 안에 설치된 화판, 즉 나무로 만 든 필름에 오래된 사진술의 이미지가 아주 천천 히 새겨질 것이다. 부언하자면 지금으로선 암실 겸 미니멀한 빳빳한 기념물이지만, 이십 년간의 창작과정 후엔 반전된 이미지로 전환되어, 결국 해체될 것이다. 우리의 이십 년간은 어떨까? 어 떻게 보면, 이 작품은 우리가 2035년까지 파괴의 순간으로부터 지켜야 할 약속 같은 것이다. 모두를 이 약속에 초대한다!Juergen Staack, Déjà-vu – 20 Years

유르겐 슈탁(Juergen Staack), 기시 – 이십연간 (旣視 – 二十年間, Déjà-vu – 20 Years), 초대장, 아연큐브 330x300x350, 나무화판 244×244, 분홍공장에 설치됨, 2015-2035.

8. 황세준

예기치 않게 드러난 영웅의 기념관, 개천을 건 너며 노는 아이, 공허(空虛)에 둘러싸인 부처님 의 거대한 조각상. 이 세작품은 모두 홍천지역 에 실제로 존재하는 장소를 그린 것이다. (나는 수타사를 방문하던 중, 가운데 그림 ‘개천’을 보 았다.) 그중 좌우의 그림인 조형물과 대불 이미지 는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 또 다른 세계를 보여준 다. 하나는 군국주의와 관련된 애국심 그리고 다 른 하나는 종교적 과대망상과 복종의 세계관이 다. 문제적인 것은 세 폭의 그림 중 가운데 위치 한 작업으로 비교적 실제적인 표현방법에도 불 구하고 추상적인 해석이 더해진다는 것이다. 큰 개울을 가로 지르는 보의 강력한 대각선은 조판 기호 (타자기)의 사선(/)처럼 좌우의 그림 사이에 서 어떤 선택과 대체를 묻고 있는 듯 강렬하지 만, 역설적으로 다른 두 그림 사이에서 타자성 (他者性/alterity)이 강한 모호한 관계를 맺고 있다. 좌우의 두 작품은 동전의 양면인가? 서로 다른 양편의 강변인가? 더불어 개천을 분리하는 분수 령에 있는 반짝이는 아이의 모습처럼, 다른 두 그 림에서 보이는 강한 애국심과 과대망상적인 세계 관을 넘어, 과거와 화해하는 더 순수한 장난스러 운 모습이 있을까?

황세준, 사랑의 기교 (3점), 캔버스 천 위에 유채, 145×130, 2015.

9. 이 C. + 레안 에스트라다 (C. Ree + Reanne Estrada)

C. Ree + Reanne Estrada, Important Intangible Cultural Asset #873

유일한 작가그룹인 이들이 진행한 다양한 지역공 동체의 기억에 남을 프로젝트 활동과 비교하면 전시에서 볼 수 있는 ‘나머지’, 즉 기록과 설명글 들은 그림자뿐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온 이 두 작가는 개인적이고 집단적인 의미의 꿈을 사 고 팔기 위해 여러 가지 농산품과 분홍공장 스튜 디오 주변에서 모은 물건들로 ‘분홍돈’을 제작했 다. 꿈을 나누는 행위는 한국만의 특징은 물론 아 니다. 그래도 홍천지역은, 비자발적인 상상과 그 것에 관한 전망을 비판적으로 사고하며 그 꿈을 일상에서 탐사하기 위한 최적의 장소가 아닐까? 왜냐하면 홍천의 도로에서 발견할 수 있듯이 지 역 정부과제가 ‘꿈에 그린 전원도시’라니 말이다. 무엇인가 나누는 의미의 ‘분홍’으로부터 레지던 스 숙소에서 전시공간의 칠흑 같은 배기 통로로 뻗어 있는 제도권 무형문화재의 전통에 대한 ‘반 (反) 아카이브’ 속에서 말이다.

이 C. + 레안 에스트라다(C. Ree + Reanne Estrada), 중요무형문화재 제873호(Important Intangible Cultural Asset #873), 퍼포먼스, 분홍돈, 꿈들, 시장 교환, 반(反) 아카이브, 차광막, 오디오 스케이프, 부스럼, 홍천의 땅, 가변설치, 2015.

10. 정순호

Soonho Jeong, Threshole

Soonho Jeong, Threshole, wood, objects, variable installation, 2015. (정순호, 역(閾)구멍)

옛날 옛적, 위성 안테나의 흰색 포물선 모양은 상 징적인 잠재력을 가졌다. 기술적으론 이미지를 방송하는 일방적인 장거리 전송과정의 많은 ‘검 문소’ 중 하나일 뿐이다. 그렇지만 하얀 둥근 모 양은 아마추어 무선사와 탁상여행가를 위해 안 방에서 다 볼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채널을 무제 한 재방송하며, 타향살이 사람들을 위해 고향에 서만 볼 수 있을 줄 알았던 동시간대 프로그램을 전송했었다. 그러나 이제 무선 (안테나도 없는) 인터넷 덕분에 바로 내 주머니에서 무엇이든지 내 려받을 수 있으니, 제거한 접시안테나들은 뒷마 당에 놓인 쓰레기가 신세가 되었으니, 이 ‘레디메 이드(readymade)’ 작품 속 오브제는 아마도 그 곳에서 작가의 눈에 띄었을 것 같다. 작가의 ‘역 구멍’은 내가 앞에 언급한 회상, 향수, 유토피아 를 시각적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막다른 골목처럼 신호가 끝났다는 것도 포함하고 있다. 이 포물선 접시는 관객을 등지고 벽에 붙은 그림을 가리고, 동축 케이블은 겨울잠을 자는 보아 뱀처럼 둘둘 말려있다. 여기(홍천)에서 구멍도 없고 창문도 없 는 기둥에 기대어 머나먼 은하계를 어렴풋이 들 여다보는 것뿐이다.

정순호, 역(閾)구멍, 나무, 오브제, 가변설치, 2015.

— 31 Dec. 2015 (木)

About Jan Creutzenberg

Jan Creutzenberg, friend of theatre, music, and cinema, comments on his performative experiences in Seoul and elsew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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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Responses to [impressions from the 2015 pink factory exhibition] 분홍공장 전시: 과정에서 감상으로

  1. violamuse says:

    I was reading this posting, when you wrote comments on my spot.
    As an audience who has no popular taste, all works are interesting but memorable or striking one is by 5. 조습. It looks somewhat horrible, but makes me think about many people who already dead namelessly. This image makes me feel uncomfortable, but I cannot avert my eyes by sentiment of sorriness.

  2. Yes, I also like 조습’s works a lot — you can see other art works by him regularly in various museums, currently he’s participating in the exhibition “gyeonggi japga – new words, new songs” at the gyeonggi museum of modern art in ansan (https://gmoma.ggcf.kr/archives/exhibit/game-art-projects). But he will also be shown somewhere in seoul sooner than later, i guess.

  3. Actually, the title “gyeonggi japga” (경기 잡가) is quite interesting, as japga is a kind of traditional song, not exactly minyo and also different from pansori… i might write a post on the show sometime!

  4. Pingback: Pink Factory Exhibition: Some Impressions | Seoul St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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